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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GG]싱가포르에서 1년 살아보며 배운 영어 & 싱글리시 이야기

by golden-gomtriever 2025. 11. 14.

"영어권 국가라길래 쉽게 살 줄 알았는데... 어라? 이거 생각보다 험난하다!"

싱가포르는 '공식 언어'만 놓고 보면 영어가 가장 먼저 나온다. 게다가 영어 간판, 영어 메뉴판, 영어 계약서… 온통 영어 투성이니, 영어만 좀 한다면 사는 데 아무 문제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막상 1년 살아보니, 이곳에서 만나는 영어는 우리가 흔히 학원이나 영화에서 배운 '미국식 영어'가 아니었다. 싱가포르의 영어는 싱글리시(Singlish)라는 별도의 개념으로 불릴 정도로 독특했다.

🎭 싱글리시란 무엇인가?

싱글리시는 '싱가포르 영어(Singapore English)'의 줄임말이다. 영국식 영어를 기반으로 중국어(특히 호키엔, 만다린), 말레이어, 타밀어까지 뒤섞여 만들어진 다문화식 영어다.

문법도 조금 다르고, 발음도 사뭇 다르고, 무엇보다 억양이 꽤나 특이하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말을 굉장히 빠르게 하고, 어미를 흘려버리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국인 친구가 왔을 때도 "여기 사람들 영어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듣겠어!" 하며 머리를 쥐어뜯더라. 그러니, 싱글리시는 종종 미국식 영어보다 더 알아듣기 어렵다. (진심이다.)

https://www.singlish.net/

 

Singlish Dictionary - Colloquial Singaporean English

Singlish.net is a website that showcases Singapore's unofficial national language, Singlish. Here you will find popular Singlish words and phrases as well as commonly used words and phrases from the various languages and dialects of multi-cultural Singapor

www.singlish.net

 

🗣️ 실제 대화 예시로 보는 싱글리시

싱가포르에서 살며 들은 정말 현실적인 싱글리시 표현들을 살펴보자.

1. "Can or not?"

  • 표준 영어: Is that possible? / Can you do that?
  • 싱글리시: Can or not?

친구가 나에게 "오늘 저녁에 우리집에서 밥 먹자. 7시 can or not?" 이라고 했다. 처음엔 '캔 어 낫?'이게 뭔 말인가 했는데, "가능해?"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이 표현은 정말 자주 쓰인다. 택시 기사에게 "Can go this way or not?", 식당에서 "Can tapao or not?"(포장 가능해?), 회사에서 "Can submit by Friday or not?" 같은 식으로.

2. "I give you discount lah~"

  • 표준 영어: I'll give you a discount.
  • 싱글리시: I give you discount lah.

싱가포르 사람들이 문장 끝에 "lah", "leh", "lor" 같은 말을 붙이는 건 정말 흔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뉘앙스, 친근함, 강조를 나타내는 말투다. (마치 우리말 '~잖아', '~라니까' 같은 느낌)

"Lah"의 다양한 쓰임:

  • "Okay lah!" → 알았어, 그래 (약간 투덜대는 뉘앙스)
  • "Don't like that lah~" → 그러지 마 (친근하게 타이르는 느낌)
  • "Just do it lah!" → 그냥 해! (강조)

"Leh"는 좀 더 의문형:

  • "How leh?" → 어떻게 해?
  • "Cannot leh..." → 안 되는데...

"Lor"는 체념이나 당연함:

  • "Like that lor..." → 뭐 그런 거지...
  • "What to do lor?" → 어쩔 수 없지 뭐

3. "Why you so like that?"

  • 표준 영어: Why are you like that?
  • 싱글리시: Why you so like that?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내가 사소한 걸로 삐지자 "Why you so like that?" 하며 웃는데, 정말 현지스럽다. 'be동사' 생략, 'so' 추가로 강조하는 게 싱글리시의 특징이다.

4. "You want eat what?"

  • 표준 영어: What do you want to eat?
  • 싱글리시: You want eat what?

처음 들으면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간결하고 명확하다. 중국어 어순의 영향을 받은 표현이다.

5. "Don't have"

  • 표준 영어: There isn't any / We don't have it
  • 싱글리시: Don't have

카페에서 "Do you have oat milk?" 물었더니 "Don't have" 이 한 마디로 끝. 간결하고 명료하다.

6. "Already"의 마법

싱글리시에서 "already"는 거의 모든 문장에 들어간다.

  • "I eat already" → 나 이미 먹었어
  • "You go already ah?" → 너 벌써 갔어?
  • "Finish already!" → 끝났어!

"Have you finished?" 대신 "Finish already or not?" 이렇게 묻는다.

7. "Shiok!"

이건 말레이어에서 온 단어인데, '최고야!', '맛있어!', '기분 좋아!' 정도의 뜻이다.

호커센터(싱가포르 전통 푸드코트)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Wah, so shiok!" 하면 완전 현지인이다.

💡 미국 영어보다 더 헷갈리는 이유

싱글리시는:

  • 문법을 많이 축약하고
  • 중국식 억양과
  • 말레이식 표현 방식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표준 영어라면 "Did you eat already?" 인데, 싱글리시에서는 "You eat already or not?" 이 된다.

거기다 빨리 말하니 "유잇얼레디어나?" 이렇게 들린다. 솔직히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 영국 사람들도 처음엔 거의 못 알아듣는다.

발음의 특징

싱글리시는 음절을 많이 줄인다.

  • "This one" → "Dis one"
  • "Cannot" → "Kennot"
  • "Anything" → "Anytink"

그리고 억양이 중국어처럼 톤이 오르락내리락한다. 특히 문장 끝을 올려서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평서문인데 의문문처럼 들린다.

🎈 문화적으로도 흥미롭다

사실 싱글리시는 단순히 '이상한 영어'가 아니다. 싱가포르라는 다문화 도시국가가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학교에선 '표준 영어'를 배우지만, 친구끼리, 가족끼리는 거의 무조건 싱글리시를 쓴다. 싱글리시를 잘 쓰면 오히려 "아, 너 싱가포르 정착 잘했네!" 하고 인정받기도 한다.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의 달인들

흥미로운 건, 싱가포르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영어를 바꿔 쓴다는 점이다.

  • 공식 회의, 프레젠테이션: 거의 완벽한 표준 영어
  • 동료와 점심 먹을 때: 싱글리시 풀가동
  • 외국인 고객 상대: 다시 표준 영어로 전환

이 전환이 자연스럽게, 순식간에 일어난다. 마치 우리가 상황에 따라 존댓말과 반말을 바꾸는 것처럼.

어느 날 동료와 점심 먹으러 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는 싱글리시로 떠들다가 외국인 상사가 탑승하자마자 완벽한 영국식 영어로 전환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정부의 미묘한 입장

재미있는 건, 싱가포르 정부는 한때 싱글리시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고 "Speak Good English Movement"(좋은 영어 말하기 운동)를 벌인 적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싱글리시가 싱가포르의 정체성이자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싱글리시 단어 몇 개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 언어 속에 담긴 역사

싱글리시를 이해하려면, 싱가포르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뒤, 중국계(74%), 말레이계(13%), 인도계(9%) 등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다문화 국가가 됐다. 각자의 모국어를 쓰면서도 공통 언어로 영어를 채택했는데, 그 과정에서 각 언어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섞인 것이다.

중국어의 영향:

  • 어순 변화 ("You want eat what?")
  • 억양 패턴
  • "Aiyah"(아이고), "Wah"(우와) 같은 감탄사

말레이어의 영향:

  • "Makan"(먹다), "Shiok"(좋다)
  • "Kampong"(마을)
  • 부드러운 발음

타밀어의 영향:

  • "Ayam"(닭)
  • 일부 억양과 리듬

🏙️ 일상 속 싱글리시 순간들

호커센터에서

호커센터는 싱글리시의 성지다.

나: "Uncle, one chicken rice!" 아저씨: "Take away or eat here?" 나: "Eat here" 아저씨: "Want drink or not?" 나: "Ice lemon tea" 아저씨: "Okay lah, wait ah!"

이게 전형적인 호커센터 대화다. 'Uncle'은 나이 든 남자를 부르는 친근한 호칭이고, 'wait ah'는 '기다려'라는 뜻이다.

택시에서

택시 기사: "Where you going?" 나: "Orchard Road, please" 기사: "Wah, jam lah today! Take long time ah!" 나: "No problem" 기사: "You Singaporean meh?" 나: "No, Korean" 기사: "Ahhh, your English not bad leh!"

'Jam'은 교통체증, 'meh'는 '~이야?' 정도의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다.

사무실에서

동료: "Eh, later go lunch or not?" 나: "Can! What time?" 동료: "12.30 can ah?" 나: "Can can!" 동료: "Okay lor, meet at lobby"

'Eh'는 상대방의 주의를 끌 때 쓰는 말이다. 한국어 '야' 정도? 하지만 더 부드럽다.

🎯 싱글리시 고급 기술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싱글리시에도 '레벨'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초급: "Can or not?", "Don't have" 정도 쓰기 중급: "Lah", "Leh", "Lor" 적재적소에 쓰기 고급: "Aiyah", "Alamak"(어머나) 같은 감탄사를 자연스럽게 섞고, 억양까지 완벽하게 구사하기 최고급: 한 문장에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쓰기

예: "Aiyah, so siong lah! Tomorrow got meeting, then must OT again lor!" (아이고, 너무 힘들어! 내일 회의 있는데 또 야근해야 한다니까!)

*'Siong'은 호키엔어로 '힘들다'는 뜻이다.

😅 나의 싱글리시 실수담

처음엔 싱글리시를 따라 하려다 여러 번 웃음거리가 됐다.

실수 1: "Lah"를 모든 문장에 붙이기 "Good morning lah!" → 이건 좀 이상하다고 한다. "Morning!"이면 충분.

실수 2: 억양을 너무 과장되게 친구들이 "너 지금 우리 놀리는 거야?" 했다.

실수 3: 상황을 잘못 파악 공식 회의에서 "Can or not?" 했더니 다들 웃었다. 그건 친한 사이에서만 쓰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내 시도를 귀엽게 봐줬고,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 1년 살면서 느낀 솔직 후기

처음엔 "왜 이렇게 이상하게 영어를 쓰지?" 했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can or not?", "no need lah~" 같은 말을 툭툭 던지고 있다.

싱가포르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면 킥킥 웃으며 "싱가포르 사람 다 됐네~"라고 한다.

영어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영어에도 문화가 있구나' 하고 온몸으로 배우게 된 느낌이다.

싱글리시가 준 선물

싱글리시를 배우면서 얻은 건 단순히 언어 능력이 아니었다.

1. 문화에 대한 이해 언어는 그 사회를 반영한다. 싱글리시의 효율성과 직설성은 바쁜 싱가포르 사회를, 다양한 언어의 혼합은 다문화 사회를 보여준다.

2. 유연성 '올바른' 영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다. 의사소통이 되면 그게 좋은 영어다.

3. 소속감 싱글리시를 쓸 때, 나도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4. 유머 감각 싱글리시는 재치 있고 귀엽다. "Blur like sotong"(오징어처럼 멍하다 = 완전 멍때림), "Chin chye"(대충대충) 같은 표현들이 너무 웃기고 적확하다.

🎓 싱글리시 공부 팁

혹시 싱가포르로 올 계획이 있다면:

  1. 처음엔 표준 영어로 시작하되, 열린 마음으로 들어라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적응하자.
  2. "Can or not?"부터 시작 이것만 익혀도 절반은 성공이다.
  3. 호커센터가 최고의 교실 현지인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곳.
  4. 싱가포르 친구 사귀기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뉘앙스를 배울 수 있다.
  5. 완벽을 추구하지 말 것 틀려도 괜찮다. 다들 이해해준다.
  6. 싱가포르 드라마나 유튜브 보기 "The Noose", "Phua Chu Kang" 같은 로컬 코미디를 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2025.09.27 - [싱가포르] - [GG]싱가포르에서 영어 안 통하면 어떻게 될까? – 실제 겪은 언어 장벽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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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싱가포르는 작은 나라지만, 영어만 해도 이렇게 복잡하고 다채롭다.

혹시 싱가포르에서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처음엔 조금 당황하더라도 싱글리시를 천천히 귀에 담아보길 추천한다. 언어 속에 숨은 그들의 유머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기억해라. "Can or not?" 이 한 마디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다.

Don't worry lah, you can one! 😄

P.S. 한국 돌아가면 무심코 "Can or not?" 튀어나올까 봐 벌써 걱정이다. 친구들이 뭔 소리냐고 할 텐데... Alamak!